고지섭
해양수산부가 공공기관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전국 4대 항만공사(인천·부산·여수광양·울산) 통폐합 절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인천시의회가 타 지자체에 비해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인천시의회의 대응이 다른 항만도시에 비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 태스크포스(TF)를 공식 가동하고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까지 논의하는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인천시의회는 뒤늦게 반대 결의안 문구와 처리 절차를 협의하고 있어 지역 핵심 자산인 인천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의 후속 조치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TF’를 발족했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인천항만공사(IPA), 부산항만공사(B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해수부는 8일 남재헌 차관 주재로 첫 TF 회의를 열고 4개 항만공사 기관장들과 ‘항만공사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과 통합에 필요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고용승계와 통폐합 전후 불리한 처우 금지, 통폐합 인센티브 등 후속 문제도 함께 논의 대상에 올랐다.
정부의 통합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항만을 보유한 지역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제339회 임시회에서 ‘전국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추진 철회 촉구 결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송상조 부산시의회 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결의안에는 부산시의원 48명 전원이 찬성자로 이름을 올렸다.
부산시의회는 항만별 독립성과 전문성, 자율·책임경영을 존중하고 물리적 통합보다는 항만공사 간 협력체계와 공동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해당 결의안은 오는 11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광양지역의 대응은 더 빨랐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7월 28일 정부의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광양시의회는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은 물동량 구조와 배후산업, 발전전략이 서로 다른 만큼 항만별 특성에 맞는 독립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수·광양 등 다른 항만도시에서도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정부 방침에 맞서 지역 차원의 대응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반면 인천시의회는 정부의 통합 추진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든 뒤에야 현재 진행 중인 제313회 임시회에서 반대 결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항만공사 통합이 인천항의 투자 결정과 재원 배분, 항만별 특화사업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인천 정치권의 초기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시 집행부의 신중한 태도 역시 논란이다.
8일 열린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도 항만공사 통합 문제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가 정부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인천에 미치는 실익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이미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해수부가 TF까지 가동한 상황에서 단순한 ‘실익 검토’를 넘어 인천항의 독립 운영 필요성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항만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항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수출입 관문이자 물류·제조·관광 등 인천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핵심 기반시설이다.
때문에 통합 이후 투자와 예산 배분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가 중앙화될 경우 인천항 특성에 맞는 사업 추진과 투자 결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합에 따른 득실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항만은 인천 지역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시민을 대변하는 시의회가 인천항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시의회의 대응이 집행부의 입장을 의식해 늦어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박종혁 인천시의회 의장은 선을 그었다.
박 의장은 “집행부 눈치를 보며 결의안 채택을 미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역구 의원 및 양당 원내대표 간 협의 절차를 통해 조속히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은 이제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추진체계를 갖추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과 로드맵 마련이 본격화할 경우 항만별 투자와 사업 결정 구조, 조직과 인력, 지역별 항만 발전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남은 제313회 임시회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또 인천항의 독립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어떤 협의에 나설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 고지섭 기자
herald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