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고화숙 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본회의 구정질문
인천 부평구의 예산 규모가 1조3천억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구가 지역 실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약 8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비 증가와 국·시비 보조사업에 따른 구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기초지방정부의 재정 운용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화숙 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16일 열린 제277회 부평구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구정질문에서 부평구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사회복지비 비중 등을 제시하며 기초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 확보 방안을 차준택 부평구청장에게 물었다.
고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 기준 부평구 전체 예산은 1조3,349억원이다. 이 가운데 일반회계는 1조3,312억원이다.
그러나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수입은 약 1,900억원으로 일반회계의 14.3% 수준에 그쳤다. 재정자립도는 14.3%, 자체수입에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등 자주재원을 더한 재정자주도는 27.9%로 제시됐다.
세출 구조에서는 사회복지비 비중이 두드러졌다.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9,692억원으로 일반회계 전체의 72.8%를 차지했다. 제1회 추경에서 증가한 822억원 가운데 656억원, 79.8%도 사회복지 분야에 반영됐다.
고 의원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4.7대 25.3인 상황에서 복지수요 증가와 국·시비 보조사업에 따른 구비 매칭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생활SOC와 소규모 지역 현안에 필요한 예산조차 자체재원 부족으로 제때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고 의원은 “예산의 총액보다 중요한 것은 부평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원의 규모”라는 취지로 지방재정 구조의 문제를 짚었다.
이어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에 따른 지방교부세 재원 변화가 부평구에 미칠 영향을 묻고 중앙정부와 인천시를 상대로 한 재정 확충 대책을 주문했다.
차준택 부평구청장도 부평구가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체재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차 구청장은 2026년도 본예산 1조2,490억원 가운데 인건비와 공단·재단 운영비 등 법정·필수경비를 비롯해 폐기물 처리, 도로 유지관리 등 매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고정경비를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이 약 80억원이라고 밝혔다.
본예산 전체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약 0.6%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주민자치 관련 사업이나 정보화 장비 유지 등 기존 자체사업에 투입해야 해 새로운 정책이나 주민 요구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 여력은 더욱 제한적이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재정난은 자체 복지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 구청장은 어르신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일부 자치구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부평구도 75세 이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비 지원과 구비 부담 등의 문제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복지수요가 많은 지역일수록 국·시비 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도 함께 늘어나면서 정작 지역 특성에 맞는 자체사업을 추진할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제도 개편도 변수로 떠올랐다.
차 구청장은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인천시의 구·군 보조사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지방정부 간 공동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과 연계해 국세와 지방세 구조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인천시에는 조정교부율을 현행 20%에서 23%로 높이는 방안과 사회복지사업의 시비 분담비율 조정 등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구정질문의 핵심은 ‘1조3천억원’이라는 부평구 예산의 외형과 실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원 사이의 간극이었다.
고 의원은 고령화와 복지수요 증가로 사회복지비가 일반회계의 70%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시비 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기초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한된 재원을 단순히 나눠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부평의 미래와 주민 생활에 필요한 사업에 어떻게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의 중장기적인 재정운용 방향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천 = 고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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