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김동규 부평구의원(국민의힘·부평3동, 산곡3·4동, 십정1·2동)
인천 부평구가 상징새와 상징마크 변경을 위해 실시한 주민 설문조사가 특정 방향의 응답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문 편향성’ 문제가 구의회에서 제기됐다.
기존 상징새인 비둘기에 대해서는 유해야생동물 지정 등 부정적인 정보를 먼저 제공한 뒤 대표 상징물로 적절한지를 묻고, 새로운 상징새는 여러 후보가 아닌 ‘쇠백로’ 하나만 제시해 찬반을 물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동규 부평구의원(국민의힘·부평3동, 산곡3·4동, 십정1·2동)은 16일 열린 제277회 부평구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구정질문에서 부평구 상징물 변경 주민 설문조사의 문항 구성과 선택지 제시 방식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부평구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주민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상징물 변경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구정질문에서 제시된 결과에 따르면 기존 상징새인 비둘기를 쇠백로로 변경하는 방안에는 93%, 상징마크 변경에는 94%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같은 높은 찬성률보다 ‘어떤 질문을 거쳐 나온 결과인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첫 번째 대목은 기존 상징새인 비둘기에 관한 설명 방식이다.
설문에서 비둘기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는 등의 부정적인 정보를 먼저 제공한 뒤 비둘기가 부평구의 상징새로 적절한지를 물어 응답자가 기존 상징물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안 제시 방식이다.
기존 비둘기를 유지하는 방안과 여러 새로운 후보를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하도록 하지 않고 ‘쇠백로’ 하나만 새로운 상징새로 제시한 뒤 변경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설문 구조라면 높은 찬성률이 나왔더라도 이를 곧바로 주민들의 폭넓은 선택 결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존 비둘기에 대해서는 유해야생동물이라는 부정적 정보를 먼저 제시해 인식을 형성한 뒤 적절성을 물었고, 대안은 쇠백로 하나만 제시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행정이 답을 정해놓고 주민에게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라며 “93%라는 높은 찬성률이 설문 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까지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상징물 변경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물을 수 있는 중립적인 설문조사를 요구했다.
기존 비둘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을 포함하고, 새로운 상징새 역시 복수의 후보를 선정해 각 후보에 대한 정보를 같은 수준으로 제공한 뒤 주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의정부시의 상징새 변경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의정부시는 기존 상징새 변경 필요성을 먼저 확인하고 관련 위원회와 전문가·시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복수 후보를 마련한 뒤 다시 시민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를 근거로 부평구 역시 특정 후보에 대한 찬반을 묻기에 앞서 ‘현행 유지 또는 변경’부터 주민들이 판단하고, 변경할 경우 복수 후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답변에 나선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문을 편향되게 구성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차 구청장은 이번 조사가 상징물 관련 조례 개정을 앞두고 주민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 실시한 절차였으며, 최종적인 상징물 변경 여부는 관련 조례 개정을 심의·의결하는 부평구의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쇠백로를 대안으로 제시한 배경에 대해서는 앞서 진행된 관련 연구와 전문가 자문, 환경정책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쇠백로가 선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차 구청장은 설문 문항의 구성과 배치에 따라 응답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차 구청장은 현재 설문 결과만으로 의회와 주민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부서와 의회가 협의해 보다 중립적인 방식으로 주민 의견을 다시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상징물 유지안을 포함하고 복수의 후보를 같은 조건에서 제시하는 방식 역시 추가 의견수렴 과정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구정질문의 쟁점은 ‘비둘기와 쇠백로 중 무엇이 부평을 더 잘 상징하느냐’보다 행정기관이 주민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립적인 정보와 선택지를 제공했느냐에 맞춰졌다.
특히 90%가 넘는 찬성률이 나온 조사라도 질문에 앞서 제공되는 정보와 선택지 구성에 따라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평구가 상징물 변경 절차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기존 설문의 객관성과 추가 의견수렴 여부가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역 상징물은 장기간 주민들이 공유하는 공공자산인 만큼 행정이 특정 방향을 먼저 제시한 뒤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행 유지안과 복수 대안을 동일한 조건에서 놓고 주민이 판단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 고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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