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빈 기자
《화해기 和海記》 전시 포스터 2종(재)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은 ‘2025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중견 부문 선정 작가인 인천대학교 차기율 교수의 개인전 《화해기 和海記》를 오는 8. 13(목)부터 10. 18(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B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천과 서해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 온 차기율 작가의 주요 연작과 신작 60여 점을 선보이며, 자연과 문명, 기억과 장소, 생명의 순환을 다뤄 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인천 연고 작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전시 사업이다. 2023년부터 중견 작가와 청년 작가를 격년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선정 작가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신작 제작과 이듬해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선정 작가의 개인전은 신작을 중심으로 그간 축적해 온 작업 세계와 예술적 성취를 집중 조명하고, 그 의미를 인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된다.
전시 개막식은 2026. 8. 13(목) 오후 4시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8. 17(월) 정상 개관 및 8. 18(화) 대체 휴관)
전시 기간 중 전시 해설과 작가와의 대화 등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기율 작가는 1990년대부터 흙과 돌, 나무 등 자연의 시간성을 간직한 물질을 채집하고 발굴·소성·집적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살펴왔다. 인천의 도시와 섬, 강화와 서해 갯벌을 오랫동안 오가며 장소에 축적된 기억과 생명의 흔적을 작업의 토대로 삼았고, 설치와 조각, 드로잉, 아카이브 등 여러 형식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관찰과 제작 과정을 바탕으로 완성한 대형 설치와 조각, 드로잉 신작을 관련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선보인다.
전시 제목 《화해기 和海記》는 화해(和解)의 ‘해(解)’를 같은 소리의 바다 ‘해(海)’로 바꾼 조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달라지고, 생태와 삶, 자연과 문명의 흔적이 오랜 시간 중첩되어 온 서해는 차기율의 관찰과 사유가 이어져 온 중요한 장소다. 제목의 ‘기(記)’에는 여러 장소에 머물며 물질의 변화와 그 안에 쌓인 시간을 살펴온 작가의 작업 태도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화해는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갈 조건을 살피고 관계를 조율해 가는 지속적인 과정으로 제시된다.
전시장 1층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대형 설치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 2026〉과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를 선보인다.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 2026〉은 강화 갯벌에서 게의 활동으로 형성된 ‘게집’과 주변 갯벌토를 채집해 소성하고, 이를 폭 3m, 길이 7.32m 규모로 집적한 작업이다. 작은 생명체가 남긴 수많은 구멍과 굴곡은 붉은 대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지형을 이루며, 그 위를 가로지르는 철제 격자는 자연의 흔적과 이를 구획하고 기록하는 인간의 체계를 한 설치 안에 배치한다.
맞은편에는 약 300kg에 이르는 포도나무를 엮은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가 전시장 상부를 가로지르고, 바닥의 흑경 위에는 절단한 자연석이 섬처럼 놓인다. 포도나무의 육중한 구조와 흑경에 겹쳐지는 돌의 반영은 부유와 중력, 하늘과 수면이 맞닿는 광대한 풍경을 구성한다. 각 작품 주변에는 해당 연작의 드로잉과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전시해 작품이 구상되고 제작되는 과정과 그 바탕이 된 작가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 2층에서는 〈기억상자〉, 〈폐허의 층위〉, 〈돌의 초상〉 연작과 영상 커미션 신작이 이어진다. 〈기억상자〉는 서해와 강화를 비롯해 작가가 여러 장소에서 수집하고 이동시킨 사물들을 형태와 무게, 색과 비례에 따라 목제 상자 안에 배열한 작업이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을 거쳐 온 물질들은 한 공간에 놓이며 개인의 기억과 사물이 이동해 온 경로를 함께 기록한다.
〈폐허의 층위〉는 테라코타 두상과 철제 구조를 결합해 전쟁과 폭력 앞에 놓인 인간의 취약한 상태를 테라코타 두상과 철제 구조로 구성한다. 자연석과 이를 관찰해 그린 콩테 드로잉으로 구성된 〈돌의 초상〉은 이름 없는 돌 하나하나를 서로 다른 시간과 형상을 지닌 개별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40여 점의 돌과 드로잉은 2층의 긴 벽면을 따라 연속적으로 설치되며, 인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초상의 범위를 돌이라는 비인간 존재로 옮긴다.
전시 연계 영상 커미션으로 작가 노기훈과 협업한 다채널 영상 신작도 공개한다. 영상은 작가의 인터뷰와 작업하는 몸, 흙을 만지고 드로잉을 긋는 손을 서로 다른 화면에 담는다. 말하는 사람과 일하는 몸, 반복해서 움직이는 손을 각기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게 하며, 완성된 작품과 그에 이르는 오랜 신체적 행위를 함께 기록한다.
인천 = 주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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