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인천시청 전경
인천시가 2027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재량사업에 1조4천200억원의 총액 한도를 설정하고, 실·국별 자체 검토를 통해 당초 요구액에서 3천780억원을 줄였다.
한정된 재원을 사업의 시급성과 집행 가능성에 따라 재배분해 민생 안정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려는 재정 구조개혁의 첫걸음이다.
인천시는 2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실·국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재정전략회의’를 열고 2027년도 예산편성 방향과 실·국별 핵심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박찬대 시정 출범 이후 처음 도입된 인천시 최초의 재정전략회의다. 예산안 편성 이후 사업을 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편성 단계부터 사업의 우선순위와 재원 배분 방향을 정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량사업 총액한도제’의 시범 도입이다.
인천시는 재량사업 총액 한도를 1조4천200억원으로 정하고 실·국별 사업 규모와 정책 여건 등을 고려해 한도액을 배분했다. 각 실·국은 해당 범위에서 사업의 집행 가능성과 정책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해 불필요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사업을 직접 선별했다.
그 결과 당초 요구액에서 모두 3천780억원이 줄었다. 시는 단순히 예산을 일괄 삭감한 것이 아니라 각 부서가 기존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스스로 재검토하도록 예산편성 방식을 바꿨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인천시는 취득세와 지방교부세 등 주요 세입의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앙정부 사업 확대에 따른 지방비 부담까지 증가하면서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예산개혁 태스크포스(TF)는 대응 방향으로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 관리와 기존 현금성 지원사업 총량 관리, 산업·일자리 확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제시했다.
복지와 현금성 지원사업은 재정 여건과 효과를 따져 관리하되, 지역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에 필요한 산업 기반 및 일자리 인프라 투자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이 시급한 민생사업과 미래 성장 기반에 다시 투입될 경우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서별 사업을 예산편성 전에 걸러내는 구조가 정착되면 집행률이 낮거나 성과가 불분명한 사업에 예산이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예산 감축이 곧바로 재정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 과정에서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이나 취약계층 복지서비스까지 일률적으로 축소될 경우 그 부담이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가 어떤 사업을 조정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절감한 재원을 어느 분야에 다시 배분할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축 규모보다 사업 선별 기준과 재투자 방향이 재정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앞으로 매년 예산편성에 앞서 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총액한도제 적용 대상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정전략회의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예산의 우선순위와 투자 방향을 사전에 결정하는 상시 재정운용 체계로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인천시 재정은 대내외적으로 매우 중대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해결의 실마리는 주어진 재원 안에서 씀씀이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에게 약속한 지속 가능한 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 고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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