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헤럴드경인 = 고지섭 기자
인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 로데오거리가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는 불법 테라스 단속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훨씬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장사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 ‘위법’으로 규정되고, 행정은 그 위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상인들에게 테라스는 사치가 아니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앉히기 위한 절박한 공간이다. 이미 거리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영업 방식이지만, 누군가의 민원 한 통에 따라 단속 대상이 되고 행정처분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선택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곳은 그대로인데, 어떤 곳은 반복적으로 적발된다. 상인들 사이에서 “왜 하필 우리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의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민원이 들어오면 조치해야 한다는 원칙, 법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책임. 그러나 행정이 원칙만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현장이 있다면, 현실이 있다면, 그 사이를 조정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지금처럼 ‘민원 → 단속 → 처분’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대응은 갈등만 키울 뿐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상권 내부의 균열이다. 민원이 반복되면서 상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고 있다. 누가 신고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경쟁은 협력이 아닌 견제로 바뀐다. 상권은 결국 공동체다. 이 공동체가 무너지면 상권 자체가 힘을 잃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법의 단초는 이미 제도 안에 있다. 옥외영업 시범지구 지정이라는 장치가 마련됐지만, 현실에서는 단 한 건의 허가도 나오지 않았다. 제도는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모습이다. 복잡한 절차, 부족한 안내, 소극적인 행정이 겹치면서 상인들은 결국 편법과 단속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
이 지점에서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구인 박종혁 시의원과 윤구영·허정미·황미라 구의원 역시 상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민원 전달을 넘어 실질적인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갈등을 ‘듣는 것’과 ‘해결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상인들이 요구하는 것도 복잡하지 않다. ‘상인회’라는 기본적인 소통 창구다. 개별 점포가 각자 목소리를 내는 구조에서는 어떤 정책도 힘을 갖기 어렵다. 상인회가 구성돼야 의견이 모이고, 기준이 정리되며, 행정과의 협의도 가능해진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방향이다. 단속 중심의 행정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공존을 모색하는 행정으로 나아갈 것인가. 보행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고, 상인들과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데오거리는 지금 하나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신호를 단순한 민원 처리로 넘긴다면 갈등은 더 커질 것이고, 상권은 더 빠르게 쇠퇴할 것이다. 반대로 이를 계기로 제도를 정비하고 소통 구조를 만든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행정이 답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단속 이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처분의 기록이 아니라, 공존의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