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부평을·남동갑 조직위원장 공모, 기존 관행 벗고 지역 경쟁력 확보해야 정치는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기 전에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러나 정당은 종종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일보다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선거에 나설 사람을 정하는 데 먼저 집중한다. 누가 조직을 이끌 것인지, 어떤 경력을 갖춘 인물을 내세울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물론 조직과 인물은 정당의 기본이다. 하지만 당 안에서 인정받는 것과 지역 주민에게 선택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조직을 아무리 정비해도 유권자의 마음까지 움직이기는 어렵다.
국민의힘 인천 부평을과 남동갑 조직위원장 공모는 이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부평을에는 강창규 전 당협위원장, 손철운 전 인천시의원, 이단비 전 인천시의원이 지원했다. 강 전 위원장은 제4·5대 인천시의원을 지내고 제5대 인천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역임했으며, 당협위원장과 총선 출마 경험도 갖고 있다. 손 전 의원은 부평구의회 제5·6대 의원을 거쳐 제7대 인천시의회에서 활동하며 기초·광역의회 경험을 쌓았다. 변호사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제9대 인천시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남동갑에는 박종효 전 남동구청장, 김종필 전 인천시장 비서실장, 최병덕 전 인천시의원이 지원했다. 박 전 구청장은 국회의원 보좌진과 인천시 비서실장 등을 거쳐 민선 8기 남동구정을 이끌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남동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과 인천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뒤 인천시장 비서실에서 활동했다. 최 전 시의원은 제4·5대 인천시의원을 지냈으며, 시의회 예산결산위원장과 기획행정위원장을 역임했다. 두 지역 모두 서로 다른 정치·행정 경험을 갖춘 인물들이 조직을 이끌 기회를 놓고 경쟁하는 셈이다.
이들의 경력은 지역 정치에서 분명 의미 있는 자산이다. 오랜 의정 경험과 행정 능력, 조직 운영에 대한 이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경력이 곧 변화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새로운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혁신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오래 정치를 했느냐, 누가 더 익숙한 조직 운영 방식에 능숙하냐가 아니라 그 경험과 역량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다.
정치는 과거에 얼마나 오래 활동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경력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거나, 기존 정치의 문법에 능숙하다는 이유로 변화의 적임자로 인정받는다면 새로운 인물과 다른 방식의 정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경력의 길이뿐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실행력, 주민의 목소리를 실제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마주한 과제는 단순히 상대 정당과 경쟁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왜 다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고, 국민의힘을 선택할 만한 새로운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기존 지지층의 결집만으로 지역의 정치 지형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도층과 무당층의 신뢰를 얻으려면 상대 정당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는 정당이 내세우는 쇄신이라는 단어보다 실제로 달라진 모습을 본다. 당내 인맥과 과거의 공로를 앞세우는 정치, 익숙한 인물과 관행을 반복하는 인선, 선거가 다가올 때만 지역 현안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선택의 이유를 만들기 어렵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이 자동으로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실망을 넘어설 구체적인 대안과 책임 있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태정치와 낡은 관례를 벗어나는 일은 단순한 이미지 쇄신이 아니다. 중도층의 신뢰를 넓히고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세대교체 역시 나이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젊은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의사결정 방식과 주민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다르지 않다면 변화의 의미는 퇴색한다. 반대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도 기존의 방식을 돌아보고 새로운 해법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세대의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방향과 일하는 방식이다.
조직위원장 공모는 단순히 공석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다. 사고당협을 재정비하고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인 만큼,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과 함께 지역 주민을 폭넓게 이해하고 소통하는 역량도 검증해야 한다. 지역 현안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주민의 요구를 정책과 실천으로 연결할 구상이 있는지, 기존 관행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조직을 장악하는 능력과 지역을 대표하는 능력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단수 추천 또는 경선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절차의 형식만이 아니다. 경선을 실시한다고 저절로 쇄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단수 추천 역시 명확한 기준과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면 낡은 관행의 반복이라는 의문을 낳을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후보를 선정하든 그 판단이 지역 주민에게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인선을 통해 정당이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조직위원장 선임의 중요한 의미다.
부평을에서는 다양한 세대와 정치 경험이 지역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남동갑에서는 서로 다른 행정·의정 경력이 주민을 위한 책임과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어느 후보의 우열을 미리 단정하기보다, 누가 지역의 요구를 더 폭넓게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부터 달라져야 지역 조직의 변화도 시작될 수 있다.
조직은 정당을 지탱하지만, 조직 그 자체가 정당의 목적일 수는 없다. 당내에서 인정받는 정치에 머물 것인지, 당의 담장 밖에 있는 주민에게도 선택받는 정치로 나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의 경쟁력은 상대를 비판한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더 많은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지 않으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달라진 모습을 증명할 때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국민의힘이 부평을과 남동갑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조직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느냐만이 아니다. 과거의 경력을 존중하면서도 그 경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과 실천을 통해 지역 정치를 바꿀 수 있는지 증명하는 일이다. 인물 교체가 정치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쇄신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경력과 경험을 존중하되, 그것에 안주하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기보다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인물의 교체를 넘어 정치의 방식까지 달라질 때, 비로소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는 쇄신도 가능해질 것이다.
인천 = 고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