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전국체육대회 개막일 발생한 제주국제공항의 무더기 항공편 지연 사태 원인과 책임 둘러싼 논란으로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일 발생한 제주국제공항의 무더기 항공편 지연 사태가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 운항에 따른 공역 통제가 지연을 키웠다는 의혹에 정부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심야에 도착 공항까지 바뀐 승객들의 불편과 피해 구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16일 제주공항에서는 운항 예정인 국내·국제선 512편 가운데 236편이 지연됐다. 전체 항공편의 약 46%다. 출발편 5편은 항공기 연결 문제로 결항했고, 일부 항공편은 당초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인천국제공항 등으로 향했다.
지연은 오전부터 시작돼 오후와 저녁 시간대로 누적됐다. 김포행 일부 항공편은 출발이 늦어지면서 김포공항의 오후 11시 이후 야간 운항 제한에 걸려 목적지를 인천공항으로 변경했다. 승객들은 장시간 대기한 데 이어 심야에 다른 공항에 내려 귀가 교통편까지 다시 찾아야 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전국체전 개회식 참석을 위해 제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전용기 운항이 있다. 일부 승객들은 항공편 지연이 쌓인 상황에서 전용기 이착륙에 따른 통제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설명자료를 내고 전용기 이륙 지연이 연쇄 지연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전용기 이륙 대기 시간은 오후 7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였지만 실제 이륙은 오후 9시 22분에 이뤄졌다. 다만 대기 시간 내내 민항기 운항을 막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오후 7시 50분부터 전용기 이륙까지 항공기 45대가 이착륙했으며, 예정된 대기 시간이 지난 오후 8시 30분 이후에도 24대가 운항했다고 밝혔다. 전용기 이륙을 위해 실제 운항을 통제한 시간은 10여 분이며, 이날 지연은 오전 9시께부터 발생한 항공기 연결 지연의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정부 설명과 승객들의 의문을 해소하려면 시간대별 지연 규모와 통제 전후 운항 상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통제 시간뿐 아니라 이미 지연된 항공편의 운항과 목적지 변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승객 보상 문제도 쟁점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이번 지연이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해당한다며 별도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항공기 연결 지연과 공역 통제, 기상 상황은 서로 다른 사유다. 항공사별로 어떤 원인이 해당 항공편에 영향을 줬는지, 이를 근거로 보상 여부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목적지가 변경된 항공편은 변경 사실을 언제 안내했는지, 도착 후 이동 지원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점검할 사안이다. 원인 공방과 별개로 승객들이 실제로 어떤 안내와 지원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제주공항의 혼잡 대응 능력을 돌아보게 한다. 지연이 누적될 때 운항 일정을 어떻게 조정하고, 목적지 공항의 야간 운항 제한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가 과제로 드러났다.
장기적인 공항 기반시설 확충 문제도 남아 있다. 제주 제2공항은 기본계획 고시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의견수렴 등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기존 제주공항과 제2공항의 역할 분담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도 시작됐다.
다만 이번 지연을 제2공항 미건설이나 특정 기관의 책임으로 곧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사업 절차와 일정을 명확히 설명하고, 공항 운영기관과 항공사들은 현재 공항에서 반복되는 지연과 심야 도착지 변경에 대응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연 원인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승객 안내와 이동 지원 과정까지 점검해야 이번 사태의 후속 대응이 완성될 수 있다.
인천 = 고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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