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섭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인천 부평구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노동자 주거의 흔적을 간직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의 추가 훼손을 막기 위한 긴급정비에 들어간다.
부평구는 22일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긴급정비공사(건축)’ 공고를 내고 공사 내역서와 시방서 등을 공개했다. 장기간 노후화가 진행된 줄사택의 안전을 확보하고 역사적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공사는 지붕과 벽체 등 노후·훼손된 건축물의 추가 붕괴 위험을 줄이고 주변 주민과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줄사택이 근현대 산업사와 노동·주거사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적 공간인 만큼 전면 철거나 새로운 시설 설치보다는 기존 건축물의 원형과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위험 요소를 우선 정비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부평구는 이번 긴급정비를 위해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4억원을 확보하고 사전 절차를 진행해 왔다.
공사에 앞서 추진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긴급정비공사 실시설계 용역’은 지난 6월 착수해 이달 초 마무리됐다. 실시설계가 완료되면서 이번 공고를 시작으로 실제 현장 정비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부평동 760-285번지 일원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노동자 합숙시설이다.
1939년 무렵 미쓰비시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광복 이후에도 도시 노동자 등 서민들의 주거공간으로 활용됐다.
여러 채의 주택이 길게 줄지어 배치된 이른바 ‘줄사택’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일제강점기 노동자의 생활상과 당시 부평지역 산업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평가된다.
부평구는 이번 공사를 일회성 보수에 그치지 않고 줄사택의 중장기 보존·활용사업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구가 마련한 종합정비 추진계획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긴급정비를 비롯해 정밀안전진단과 보수·복원, 주변 환경정비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올해 긴급정비를 통해 추가 훼손과 안전사고 위험을 우선 차단한 뒤 정밀안전진단과 세부 실시설계를 거쳐 문화유산 보수·복원과 주변 보행환경 정비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줄사택을 단순히 건축물만 보존하는 공간이 아닌 부평의 근현대사를 기록하고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캠프마켓과 옛 조병창 병원, 부평지역 지하호 등 인근 근현대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할 경우 부평의 일제강점기 산업·노동 역사를 한 축으로 연결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긴급정비는 수년간 보존과 활용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어져 온 미쓰비시 줄사택이 실제 현장 정비 단계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역사적 흔적을 간직한 건축물인 만큼 공사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와 원형 보존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향후 정비사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인천 = 고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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